일상&잡담

Looking back 2024, Looking forward to 2025

Yuniverse. 2024. 12. 25. 20:02

10월 리프레시를 위해 떠났던 크로아티아의 밤바다

 

 

0. Looking back 2024

시간이 빠르게 흘러 2024년도 어느덧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날들만 남았다. 2023년과 비슷한 나날들이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생각보다 많은 것이 변하고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며 여러 감정을 느낀 2024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했고, 그래서 굉장히 바빴고, 하지만 그게 싫지 않았다. 연초에는 여러 가지의 불운이 몰려온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가짓수를 세어보니 '행운'의 수가 더 많았다. 연초의 '불운'들 또한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1. '나'에서 '우리'로 

올해 회사에서는 내게 두 가지 새로운 역할을 맡겼다. 하나는 스쿼드의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전담 DA'였고, 다른 하나는 데이터분석팀의 '리드' 역할이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전담 DA'로서 스쿼드의 데이터만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역할과, 시니어 팀 리더를 모시기 전까지 '리더'로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역할은 나를 아주 크게 바꿨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작년까지는 '나'만 생각하며 일했던 것 같다.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데이터 전문가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하면서도, 정작 데이터 전문가로 향하는 길에 의미 없다고 느껴지면 의욕 없이 임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전담 DA'와 '리더'라는 역할은 '나'보다 '우리'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 스쿼드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동료들이 제 능력을 발휘하려면 나는 무엇을 도와줘야 할까?" 같은 질문이 나의 일상이 되었다.

 

'나'가 성장하기 위해서 조직이 성장하길 바랐던 작년과 달리,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서 '나'를 성장시키고 싶었다. 스터디와 컨퍼런스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여러 아티클과 영상을 자발적으로 찾아보고, 멘토와 같은 분들께 먼저 다가가 피드백을 받았다. 신기하게도, 나의 이익만을 추구할 때보다 우리의 이익을 추구할 때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스쿼드의 목적 달성을 위해 다양한 통계분석 방법론을 분석에 활용하게 되면서 나의 지식이 쌓여갔고, 다른 팀 동료들과 협업하면서 해당 직무의 도메인도 알게 되어 나의 견문이 넓어졌고, 같은 팀 동료들이 더욱더 본인 능력을 펼치며 일할 수 있도록 고민하면서 나의 리더십이 싹텄다.


2. 견뎌낸 순간들

몇 번이고 "못 해낼 것 같은데요", "모르겠는데요"라는 말이 목끝까지 차오른 순간이 있었다. 실무 역량이 부족해서, 매니징 능력이 미숙해서, 주어진 일들을 처리할 시간이 부족해서 등등 이유는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한 번 해보겠습니다", "확인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를 썼다. 그렇게 하니까 완수할 수 있었던 일이 많았다.

 

포기하지 않고 견딜 수 있었던 건 새로운 역할을 맡으며 스스로 했던 2가지 다짐 때문이었다. 다짐 하나, 연차와 나이를 핑계로 도망치지 않겠다. 다짐 둘, 주어진 역할을 받아들이겠다. 처음에는 누가 나를 추켜세워주거나 맡은 일이 부담스러우면 "제가 아직 연차가 별로 안 됐어요"라거나 "저 임시 리더예요. 잠깐만 리더 맡는 거예요"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언젠가, 그런 자신 없고 부정적인 자세는 내게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나의 팀조차 소극적으로 보이게 한다는 걸 깨달았다. 자의든 타의든 역할을 맡았다면 그 책임을 직시하고, 자신 있게 굴어야 동료들도 나를 신뢰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짐을 하고 난 이후부터는, 내가 맡은 일과 역할 앞에서 '못먹어도 GO' 태도와 함께, 실수한 상황이 오면 이유가 있었더라도 사과하며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려 했다.

 

물론 몇몇 일은 끝끝내 해내지 못했고 완수한 일 중에서 실수도 종종 나왔지만, 적어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버텼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격려해주고 싶다.


3. 과연 나는 '좋은 동료'였을까

올해를 돌아보면 뿌듯함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해였다. 몇몇은 어쩔 수 없었다며 쿨하게 털어냈지만, 털어내지 못한 아쉬움은 여전히 씁쓸함으로 남아있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의 일을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로 구분하지만, 나는 그 사이에 또 하나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할 수 있지만, 지치는 일'이다. 나는 아직 내 과업을 완벽히 해낼 능력과 큰 그림을 볼 경험이 부족했다. 그렇게 부족한 나는 때때로 지쳤고, 지쳤을 때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고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각자의 고민으로 힘들었을 텐데, 여유가 없어서 이를 신경 쓰지 못했다.

 

신경 썼어야 했는데 신경 쓰지 못했던 동료에겐 미안함이 남고, 신경 썼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싶은 동료에겐 자책감이 남는다. 한 해를 돌아봤을 때, 그 미안함과 자책감이 가장 아쉽고 씁쓸하게 느껴진다. 내가 조금 더 성장한 후에 만났다면 더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었을 텐데. 적어도 지금의 나는 연초의 나보다 조금은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그리고 친절을 미래의 우리에게 전달해주길 바랍니다.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보고 마음에 와닿았던, 허준이 박사님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의 일부 구절이다. 한 해동안 나의 감정을 앞세워 타인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지 못했던 스스로를 반성한다. 앞으로는 내가 지쳤다는 이유로 동료에게 무신경해지거나 모질어지지 않기를, 나의 가장 가까운 동료는 '나'이기에, 내가 지쳤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기를 소망한다.


4. Looking forward to 2025

타인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고, 타인으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았던 한 해였다. 그 덕분에 '나'라는 사람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었다. 나는 일이 적은 것보다 일이 많은 것을 좋아한다. 나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걸 즐기며, 끊임없이 배우고 조금씩이라도 나아가는 삶을 원한다. 나는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아 괴로울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작은 노력들이 쌓여 결국 큰 변화를 이끌어낼 것을 안다.

 

또한, 나는 좋은 동료들로부터 동기부여를 받으며, 그들에게 힘이 될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당장 한 달 후에 1인분을 하려고 하지 말고, 5년 후에 10인분을 해내는 것을 목표로 하세요."라는 피드백을 들었던 적이 있다. 처음 피드백을 들었을 때는 '그래, 일을 정말 잘해서 조직과 동료들한테 인정받아야지'라고 생각하며 '회사 제일의 일잘러'를 목표로 삼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나는 10인분을 해내는 사람이 되어, 9명의 동료를 돕고 싶다. 인정받는 사람이 아니라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는 AI가 아니기에 항상 동일한 효율로 일할 수 없고, 모든 일을 동등하게 잘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동료들이 힘들어할 때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내 목표다.

 

 

*

1년 뒤 2025년을 회고할 때는 나의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갔고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며 2024년 회고를 마친다. :)